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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맛집 - BUTCHERS' CUT (붓처스컷, 아브뉴프랑 판교점), 티본 vs 포터하우스

엘른이 시엔슈 2020. 9. 21. 10:45

며칠전에 유투브에서 어떤 알고리즘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는지 모르겠으나 "티본"스테이크를 일반인이 엄청나게 맛있게 구워서 육즙이 좔좔 흐르는 걸 보여주고는 입맛을 다시게 만들며 시식하는 걸 보게되었다. 그렇게 본의아니게 티본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쌓여갈때 쯤, 오빠도 티본스테이크가 땡기게 되는 신기한 일이 생겼다. (나에게는 매우 잘된 일이 아닐수없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주말에 조심스레 티본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붓처스컷"이 생각났고 붓처스컷 매장이 있는 곳을 검색해봤더니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판교 아브뉴프랑"이었다. 날도 좋고 점심시간보다 이르게 예약없이 붓처스컷 아브뉴프랑 판교점으로 갔다. 아브뉴프랑에 입점한 곳이라 주차 걱정은 안해도 되서 좋았다. ( 사실 오빠가 운전을 해서 나는 아무런 걱정없이 가을햇살과 바람을 즐기며 갔다. 마치 바깥에 나와서 기분 좋은 강아지랑 비슷한거 같기도 했다. )

붓처스컷 아브뉴프랑 판교점은 아브뉴프랑 2층 구석쪽에 위치해있는데, 순간 방향을 헷갈려서 완전 반대편으로 갔다가 정신차리고 붓처스컷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때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티본스테이크 먹을 생각에 이 헛걸음은 미리 다이어트 한거라고 생각을 했다. 입구에서 방문기록 작성하고 열체크하고 예약한건지 확인을 하시고는 자리 안내를 해주셨다.

우리는 입구쪽에 제일 가까운 자리로 안내해주셨다. 음식을 먹으면서 느낀건데 이날 예약손님이 적지 않아서 우리자리는 입구쪽에 가까운 자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근데 나는 오히려 다른 손님들이랑 더 멀리 있을 수 있어서 이자리가 더 좋았던 것 같다. 판교점은 광화문점 보다는 매장 규모가 살짝 작은 것 같았다.

자리안내와 동시에 메뉴판을 주시며, 품절되서 주문이 불가한 메뉴를 안내해주신다고 했다. 이때, 왠지 불길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 티본스테이크와 포터하우스 1kg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문이 가능하세요. "

오빠랑 나는 티본 스테이크를 먹으러 온건데, 티본스테이크가 없다니 이건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사실 붓처스컷에 오기전에 지난번에도 티본을 주문할수 없었던 경험이 있어서 (그때는 코로나땜에 수입이 안되는거 같다는 말도안되는 답변을 들었었다.) 혹시나 티본이 없으면 포터하우스 스테이크로 먹기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왠지 아쉬웠다.

아쉬움을 가득안은채로 포터하우스 750g짜리(17만원) 와 크림 스피니치(1만3천원)를 주문했다. 사실 붓처스컷의 ADD ON메뉴는 프렌치 어니언 스프가 엄지척인데, 오늘은 왠지 새로운 메뉴를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가 예전에 어디선가 봤는데 크림스피니치를 식전빵과 먹으면 맛있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고 해서, 우리도 새로운 도전으로 크림 스피니치를 주문해봤다. 

주문한 메뉴들이 나올때까지는 항상 정갈하고 깨끗한 우리들의 테이블이다. 오늘은 식전빵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포터하우스"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다. 사실 포터하우스가 티본이랑 비슷하기는 한데, 동일부위인데 미국산 vs 국내산 으로 차이가 있는건지 뭐가 다른건지 전혀 모르고 주문을 한거였다.


[티본 vs 포터하우스 구분방법]

- 공통점 : 소의 등심부위 (Short Loin)에서 잘라져서 나온다. 척추(등뼈)를 가로로 잘라서 채끝 등심과 안심이 함께 붙어있어서 둘다 맛 볼 수 있다.
- 차이점 : 안심 부위의 크기 차이에 의해서 결정된다. 티본보다는 포터하우스가 안심 부위가 더 많다(크다). 미국 USDA기준으로 티본은 안심의 너비가 12mm이상 32mm미만이고, 포터하우스는 32mm이상이라고 한다.


참고로 안심은 소의 엉덩이쪽으로 갈수록 두꺼워지니까 포터하우스가 티본보다는 소의 엉덩이쪽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안심을 더 좋아하니까 오늘의 상황은 나에게 더 좋을 수 있는 거였다. 

지난번에 광화문점에서 먹었던 식전빵이랑은 조금 다른 구성으로 식전빵이 버터와 함께 나왔다. 버터를 별로 좋아하지않는 나지만 붓처스컷의 버터는 이상하게 맛있다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이건 웃픈 이야기인데, 각자 테이블 세팅으로 버터나이프가 포함되어 있다. 식전빵을 먹는데 내 버터나이프가 있다는 걸 깜빡하고 버터를 바르던 오빠의 버터나이프를 잽싸게 빼앗아서 내 식전빵에 버터를 바르고는 뒤늦게야 내 버터나이프가 있는걸 인지했다. 어찌나 민망하고 부끄럽던지 잠시 식욕이 나를 지배했던 것 같다.

식전빵을 빨리 많이 먹고 싶었는데 크림 스피니치랑 같이먹으려고 좀 참고 있다보니 우리의 포터하우스가 등장을 했다.

우리는 미디움레어로 주문을 했고, 스테이크를 가져다 주시면서 직원분께서 포터하우스 스테이크에 대해서 안내를 해주셨다. 사진상으로 왼쪽이 안심이고 오른쪽에 면적이 더 넓은게 등심이었다.

그리고 궁금했던 크림 스피니치도 포터하우스 스테이크랑 같이 가져다 주셨다. 생각보다는 양이 많은것 같기도 하고 적은 것 같기도 했다.

일단, 고기가 팬에서 더 익기전에 맛을 봐야해서, 안심부터 오빠가 잘라서 내 앞접시에 올려줬다. (고마워) 일단 굽기부터 봤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운 미디움레어였다.

이건 오빠쪽 안심스테이크의 굽기였는데, 사진이 좀 어둡게 나와서 아쉬운데 이게 진짜 제대로 표현된 굽기였다. 집에서는 정말로 해먹을 상상을 할 수 없는 버터향이 가득가득 농축되어 있는 듯한 버터버터한 스테이크였다.

궁금함이 가득했던 크림스피니치는 생각보다 크림이 엄청나게 꾸덕꾸덕한 스타일이여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ADD ON 메뉴라기 보다는 이거 하나로도 식사가 될만한 묵직한 맛이었다. 크림스피니치 윗쪽은 치즈인 것 같았는데 굉장히 크리스피하게 구워져서 나왔고, 그 안쪽으로는 크림을 엄청 졸인듯한 꾸덕함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마치 크림파스타를 졸이고 졸인듯한 꾸덕함이었다. 라이트한 걸 생각했는데, 굉장히 헤비해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빵이랑 먹으니 또 나름의 맛이 있었다.

항상 부처스컷에서 주문할때는 너무 많이 주문한거 아닌가? 남기면 어쩌지? 라고 걱정을 하는데, 오늘도 역시나 남김없이 깔끔하게 다 먹었다. 이제 한동안 고기생각은 나지않을 것 같은데, 다음에 또 티본스테이크 생각이 나면 미리 예약을 하고 티본스테이크를 먹고 말겠다!